우주가 인류의 활동 영역으로 확장됨에 따라, 그 공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권리, 책임, 분쟁에 대한 규범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달과 소행성 등에서의 자원 채굴, 민간 기업의 우주 진출, 인공위성의 궤도 사용 및 충돌 문제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우주 법률’이라는 전문 영역이 부각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과학기술 문제가 아니라, 국제법, 경제법, 환경법, 민간계약까지 아우르는 복합적 규범체계를 필요로 한다. 본문에서는 우주 활동을 규율하는 대표적 국제협약인 ‘우주조약’, 자원 채굴 및 소유권 관련 핵심 논의, 그리고 앞으로 국제사회의 우주법 체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의 구조와 한계
1967년 발효된 '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은 현재까지 가장 널리 적용되는 우주법의 기초이자, 국제사회가 우주 활동을 규율하기 위해 체결한 핵심 협약이다. 정식 명칭은 “우주 공간, 달 및 기타 천체의 탐사와 이용에 있어 국가들의 활동을 규율하는 원칙에 관한 조약”이며, 2025년 기준으로 110여 개 국가가 비준하였다. 이 조약은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 간의 우주 경쟁을 배경으로 만들어졌으며, 핵심 원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우주는 모든 인류의 공동 유산이며, 특정 국가가 영토주권을 주장할 수 없다. 둘째, 우주는 평화적 목적에 한해 이용되어야 하며, 핵무기 및 대량살상무기의 배치나 실험은 금지된다. 셋째, 우주에서의 활동은 국제법 및 유엔 헌장을 준수해야 하며, 모든 국가가 동등한 접근권을 가진다. 넷째, 국가들은 자국의 정부기관이든 민간 기업이든, 자국 국적 주체의 우주 활동에 대해 책임을 진다. 이러한 원칙들은 우주 공간의 군사화 방지와 기본적인 이용 규범을 설정하는 데 기여했지만, 기술의 발전과 민간 참여의 확대에 따라 여러 한계도 노출되고 있다. 예컨대, ‘소유 금지’ 조항은 달이나 소행성에서의 자원 채굴이 상업적으로 가능해진 지금, 실제 권리 귀속 문제가 불분명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또한 조약은 강제력이 약하고 구체적 실행 메커니즘이 부재하여, 실제 분쟁 시 법적 판단 기준으로 작용하기 어렵다. 1979년에는 ‘달 협정(Moon Agreement)’이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려 했지만, 미국·러시아·중국 등 주요 우주국이 서명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졌다. 결국 현재의 우주조약은 ‘기본 원칙 선언’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21세기 우주경제 시대에는 이를 넘어선 새로운 법적 틀이 요구되고 있다.
자원 소유권 논쟁: 민간 우주기업의 도전
달, 소행성 등에서의 자원 채굴이 현실화되면서 ‘우주 자원의 소유권’ 문제는 국제사회에서 가장 논쟁적인 이슈 중 하나가 되었다. 특히 헬륨-3, 백금족 금속, 물 얼음 등의 고부가가치 자원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이를 채굴하고 이용하려는 국가와 기업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은 2015년 ‘상업 우주 발사 경쟁력 법(Commercial Space Launch Competitiveness Act)’을 제정하여, 미국 기업이 우주에서 채굴한 자원에 대해 소유권을 인정하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이 법은 국제조약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채굴한 자원에 대한 소유’는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어 2020년 트럼프 행정부는 ‘우주 자원 이용 국제합의(Artemis Accords)’를 발표하며, 우주 자원 활용의 상업적 권리를 국제적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펼쳤다. 일본, 호주, 영국 등 우방국 다수가 이 협정에 서명하였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일방적 자원 점유의 정당화’라며 반발하였다. 한편, 룩셈부르크는 유럽 최초로 우주 자원 채굴 관련 법을 제정하며, 민간 우주기업 유치를 위한 법적 인프라를 구축했고, 이스라엘·UAE 등도 유사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일방적 법 제정은 국제법상 ‘소유 금지’ 조항과 충돌할 수 있어, 실제 분쟁 발생 시 법적 혼란이 클 수밖에 없다. 국제우주법 전문가들은 ‘공유 자원의 합리적 사용’이라는 원칙 아래, 우주 자원에 대한 사용권은 인정하되, 일정한 수익 공유 또는 국제기금 납부 등의 공공성 확보 장치를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직까지는 국제사법재판소(ICJ) 등에서 우주 자원 소유권에 대해 판례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향후 실제 소송이나 분쟁 발생 시 전례 없는 법적 난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국제우주법 체계의 방향성과 과제
앞으로의 우주 법률 체계는 단순한 국가 중심의 규범을 넘어, 다자 협력과 민간 참여, 기술 변화에 적응하는 유연한 법체계가 되어야 한다. 먼저, 국제우주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유엔 산하의 ‘우주 외기구(COPUOS: Committee on the Peaceful Uses of Outer Space)’의 권한 강화가 필요하다. 현재 COPUOS는 가이드라인 수준의 권고만 할 수 있어, 구속력 있는 분쟁 조정 기능은 미약하다. 향후에는 항공우주기구,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과 협력하여 ‘우주교통관리 체계(STM: Space Traffic Management)’나 ‘우주 쓰레기 처리 기준’과 같은 실질적 규범이 구축되어야 한다. 두 번째 과제는 민간 우주기업과의 법적 관계 정립이다. 블루오리진, 스페이스 X, 아이스페이스, 아스트로포지 등 수많은 민간 기업이 위성, 발사체, 탐사기술, 자원채굴 등에 진출하고 있는 만큼, 각국은 ‘등록 의무, 감시 의무, 배상 책임’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우주에서 사고 발생 시 책임 귀속 문제는 매우 복잡해질 수 있으며, ‘우주 책임 협약(Liability Convention)’의 현대화가 필수적이다. 세 번째는 윤리적·환경적 측면의 강화이다. 우주 활동이 지구 저궤도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타 행성의 생명 존재 가능성과의 충돌 문제, 우주 군사화 방지 등은 기술 발전 이상으로 중요한 규제 대상이 된다. 국제사회는 우주를 단순한 상업 공간이 아닌, 미래 세대가 공유해야 할 공공영역으로 인식하고, 지속가능한 개발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우주 헌장’ 또는 ‘지속가능한 우주 이용에 관한 글로벌 협약’과 같은 포괄적 규범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하며, 여기에는 법률가, 과학자, 외교관, 기술자, 윤리학자가 공동 참여하는 다분야 거버넌스가 요구된다.
우주는 더 이상 국가만의 전유물이 아닌, 인류 전체의 미래 자산이자 경제, 외교, 환경, 법률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신대륙이다. 이에 따라 우주 법률 역시 과학의 속도에 발맞춰 진화해야 하며, 자원과 권리를 나누는 방식 또한 공정성과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재설계될 필요가 있다. 법이 늦으면 갈등이 앞서기 마련이다. 인류가 우주에서 공존하기 위해 필요한 첫걸음은, 우주를 함께 사용하는 '법'을 만드는 일일 것이다.